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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는 왜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질문을 던지는가

sunny  •  2026. 10. 23  •  3분 읽기

책 오늘의 나에게 본문중에 세네카의 질문이 있는 페이지 사진

기원전 4년 무렵, 지금의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한 아이는 훗날 로마 황제의 스승이 되고, 그 황제의 명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정치가이자 극작가, 그리고 무엇보다 스토아 철학자였던 그의 삶은 성공과 몰락, 권력과 처형이 한 사람 안에 함께 들어 있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아이러니했습니다.

세네카가 남긴 글은 대부분 편지와 에세이 형식입니다. 젊은 관료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편지들, 삶의 짧음에 관해 쓴 글, 마음의 평정에 관해 쓴 글. 이 글들을 관통하는 질문은 한결같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는가. 지금 이 시간을 정말 내 것으로 쓰고 있는가. 화려한 수사보다 이 질문 자체가 세네카를 2천 년 넘게 살아남게 한 힘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자기계발 콘텐츠와 스토아 철학이 부쩍 자주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 태도, 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를 점검하는 습관. 21세기의 "저널링"이라는 단어가 낯설게도 세네카가 이미 편지로 실천하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오늘의 나에게'에는 세네카의 원문이 두 번 나오는데, '1주/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에서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40주/ 이 속도로 계속 갈 수 있을까' 에서는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도덕 편지』의 원전 내용에서의 글과 질문이 실려 있습니다.


자주 묻는 것들

스토아 철학은 감정을 억누르라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건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반응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화가 나는 상황 자체는 막을 수 없어도, 그 화를 어떻게 다룰지는 나의 몫으로 남는다는 태도입니다.

왜 하필 스토아 철학이 요즘 다시 주목받을까요?

불확실성이 클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스스로 정하고 싶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뉴스든 시장이든 바꿀 수 없는 일이 많아 보이는 시대에, 세네카의 질문은 그 반대편에서 "그럼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오늘의 나에게 책 속 1장의 장제목이 보이는 페이지 사진

『오늘의 나에게』는 1년을 4개의 분기이자 계절로 나누어, 한 해를 관통하는 감정의 서사 곡선을 그려냅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1분기: 나를 마주함(안으로)
➡️ 2분기: 밖으로 움직임(안→밖)
➡️ 3분기: 타인과 만남(밖→함께)
➡️ 4분기: 모든 것을 품음(통합)
으로 이어지도록 기획했습니다.

이 서사를 계절의 변화에 빗대어 책으로 엮으면서, 멈춰 서서 바라보는 계절인 1분기(1~13주 차)는 '나를 마주하는 문장들'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에 대한 다소 불편한 자각을 마주하도록 구성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의했던 부분은 바로 이 여정의 첫걸음인 '1주 차에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였습니다. 처음에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을 떠올리며 '자신의 습관을 물어보게 하자' 혹은 '나 지금 잘하고 있나?'와 같은 질문들을 주고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 몽테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여러 훌륭한 고전 사상가들이 1주 차 후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의견 속에서 압도적인 공감을 얻은 1위는 바로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첫 주의 인물로 세네카를 선정했습니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세네카의 날카로운 통찰은, 눈앞의 일에만 매달리며 바쁘게 하루를 소진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공감과 함께 스스로를 멈춰 세우는 강력한 화두를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나에게」는 세네카가 던졌던 질문의 결을 가져와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습니다. 정확히 어떤 문장으로 이어지는지는 책 속에서 직접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세네카가 편지지에 적어 내려간 것도, 이 저널이 빈 페이지에 적어 달라 요청하는 것도 같은 하나의 질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 나는 무엇에 마음을 쓰고 있는가.

글 •  sunny

글 • sunny

읽고 쓰며 종이를 매만지는 일로 계절을 건너왔다. 앞에 나서는 일에는 영 서툴고, 뒤편에서 묵묵히 문장을 고치고 활자를 갈무리하는 일에 안도하는 사람.
구름창작소에 모인 사람 중 하나로 책이라는 고집스러운 물성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도 문장을 다듬고 책을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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